하루일기

눈 속에서 나를 위한 노래가

진현린 2018. 2. 14. 18:24

둘째를 학원에 데리러 갈때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밤이라 다른 차들도 다들 조심 조심 운전하고 있었는데 눈 오는 밤풍경이 너무 예뻐서 음악이 듣고 싶어졌고 이내 라디오를 켰다. 주파수를 몇군데 옮기고 정각에 시작하는 프로그램을 기다리며 광고를 듣고 있었는데 오프닝을 못들은건지 나오지 않은건지 음악이 먼저 흘러 나왔다.

흘러나온 음악은 자우림의 김윤아 목소리인데 노래는 처음들어보는 것이었다. 노래가 운전하던 나의 가슴속에 훅 하고 꽂히더니 나의 추억상자가 살포시 열렸고 대학시절 영화 봄날은간다를 보았던 때가 떠올랐다.

봄날은 간다는 20대의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영화인데 영화를 보고 이상스런 가슴앓이를 많이 했었고 지금 생각해도 짠한 무언가가 남아 있는 그런 영화이다. 영화 내용도 그렇지만 주제곡은모자란 실력이지만 즐겨부를 정도로 무척 좋아하는 노래이다

김윤아가 봄날은 간다의 주제곡을 녹음할 당시 감독은 김윤아에게 천재라며 그 감수성과 실력을 높이 치켜세웠다고 한다. 나도 당시에 김윤아는 세계 어느 팝가수에 못지 않은 감성과 목소리라고 생각했었고 이후 나가수 등에서 인정받는 모습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

한때는 내 감수성을 송두리째 뒤 흔들어 놓았던 그 가수의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는데 제목을 알지 못함이 씁쓸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의 취미,취향들은 옅어지고 무채색이 되었다가 어느덧 아이들의 것으로 덧입혀지기도 했는데 복직후 회식 중에 부를 노래가 전혀 생각나지 않아 동요를 불러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도 했었으니까 말이다.

노래가 끝난 후 디제이가 김윤아의 길이라고 제목을 소개해주었다. 나는 당장 라디오를 끄고 신호 대기중에 음악 어플을 열어 김윤아로 검색 한 후 모든 노래를 연속하여 들었다.

반짝이는 눈송이가 흩날리는 밤길에서 20대의 나와 노래로 조우 하고 이제는 40대의 내가 새로운 감성에 젖어들었다.나만을 위한 음악 감상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잠들어 있던 나의 일부분을 깨워낸 느낌이었다. 어디 가지 않고 내속에 곱게 곱게 있었나보더라. 노래 한 곡이 참 고마운 밤이었다.